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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성과로 새판 짠 정의선… 트럼피즘 넘을 빅픽처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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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승인 : 2024. 11. 17. 17:51

현대차그룹 대표이사·사장단 인사
장재훈 사장, 그룹 부회장 승진
실적 주도한 정 회장의 '믿을맨'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에
세계시장 브랜드 파워 상승 앞장
현대차 대외협력엔 '외교통' 성 김
트럼프 2기 행정부 불확실성 대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호흡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안착, 전기차로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주역들이 정 회장으로부터 더 무거운 신임을 받는다. 장재훈 사장의 첫 부회장 승진과 호세 무뇨스 북미권역본부장(COO)의 첫 외국인 대표이사 CEO 선임이다.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철저히 역량과 성과에 입각해 진행한 인사다. 조직의 한계를 허물기 위해 정 회장이 강조해 온 현대차 변화의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정 회장이 새롭게 판을 짠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경영 무대에서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다. 대규모 투자로 세운 미국 거점에 대한 전략, 나아가 전기차 시대의 방향성을 읽어내고 리스크를 대비하는 데 최적임자를 앞세웠다.

1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이뤄진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의 그룹 부회장 승진이다. 장 사장 승진으로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4년 만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1인 체제에서 2인 체제가 됐다. 특히 장 신임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완성차 사업 전반을 책임질 예정이다.

장 신임 부회장은 정의선 회장 시대 첫 부회장인데, 그간 정 회장을 밀착 보좌하며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장 신임 부회장은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총수 취임 이후 처음 발탁한 CEO로 대표적인 정의선의 '믿을맨'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삼성 공채를 거쳐 지난 2011년 현대글로비스에 입사한 '비(非) 현대차' 출신인 그가 정 회장의 눈에 들었다는 것 역시 출신에 얽매이지 않는 인사 원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장 부회장은 정 회장에 이어 수소위원회 의장에 오르며 현대차의 수소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는 한편, 현대차 인도법인 기업공개(IPO)에도 성공하는 등 중장기적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주력했다.

장 부회장은 향후 트럼프 부임 이후 완성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상품 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 및 품질까지 완성차 사업 전반을 관할하게 된다. 또 지속 가능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주도해 나갈 예정이다.

현대차 창사 57년 만에 첫 외국인 대표이사가 된 호세 무뇨스 사장도 주목할 만 하다. 정 회장이 그동안 알버트 비어만, 피터 슈라이어, 루크 동커볼케 등 세계적인 인재를 발탁하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입해온 흐름이 이번 인사로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외국인 대표이사의 등장은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인사 체계를 더욱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인 '외교통' 성 김 현대차 신임 대외협력사장은 대미 네트워킹, 정책 대응 등을 총괄하며 호세 무뇨스 사장과 발을 맞춘다. 성 김 신임 사장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와의 소통을 전담하게 될 전망이다.

호세 무뇨스 대표는 스페인 출신으로 토요타 유럽법인, 닛산 미국법인을 거쳐 지난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해 미국 시장을 총괄했다.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과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늘리며 미국 내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파워를 확장시키는 성과를 냈다. 무뇨스 신임 대표는 시험 가동 중인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혼류 생산 확대 등 당면 과제를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동맹국의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 부과는 물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도 시사한 바 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IRA 상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뇨스 신임 대표는 자신의 SNS에 "정 회장과 장 부회장으로부터 '현대차 대표이사로서 현대와 제네시스의 글로벌 사업을 이끌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돼 매우 기쁘다"며 "전동화 전환을 계속 주도하고, 소비자 수요에 기반해 하이브리드차나 EREV 등 내연기관 기반 차량에도 지속 투자할 것"이라고 남겼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표이사와 사장단 인사에 이어 다음 달 중순에 있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성과 중심의 과감한 인적 쇄신뿐 아니라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 육성 및 발탁 등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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