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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린 HD현대 정기선號] 물 들어온다고 노만 젓지 않는다… 美 발판 다지고·친환경 선박에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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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4. 11. 17. 15:35

HD한조양 3분기 누적 영업익 1조원 근접
정 수석부회장 조선해양 전방위서 성과
캐나다·폴란드 잠수함 사업에도 도전장
1.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HD현대
'울산에선 개가 돈을 물고 다닌다더라.' 2000년대 급격한 중국경제 성장에 따른 슈퍼 호황을 지나, 2014년 국제유가 급락으로 뼈아픈 해양플랜트 위기에 이르기까지. HD현대를 관통해 온 소위 '사이클'은 대비 없이 맞이 해 온 리스크였다. 이제 또 한번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가 다가오는 이때 HD현대 오너가의 정기선 부회장이 '수석' 타이틀을 달며 그룹의 미래를 어깨 무겁게 짊어졌다.

HD현대 조선 부문의 중간 지주회사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82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긴 적자의 고리를 끊어냈고, 올해는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익이 9350억원이다. 조선이 슈퍼사이클에 들어선 영향도 있지만 정 수석부회장은 수주 현장을 직접 누비며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LNG선부터 컨테이너선까지 전방위에서 성과를 올렸다. 정 수석부회장이 부회장으로서 받은 첫 번째 성적표로서 합격인 셈이다.

눈 앞 수주에 그칠까. 이제 정 수석부회장은 한 단계 더 나아가 향후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황에 부침이 적은 유지·보수·정비(MRO)사업의 발판을 쌓는 일이다. 예컨대 시장을 읽는 눈을 키우고 인맥을 쌓기에도 한창이다. 그렇게 만들어 낸 비즈니스 기회를 실제 수주로 연결 시키기 위한 경쟁력은 친환경 등 초격차 기술이 필수라는 판단으로 투자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17일 HD현대에 따르면 현재 시점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은 총 175척, 195억3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아직 영업일이 한 달 더 남았지만 연간 목표 135억 달러의 144.6%를 달성했다.
당장 실적도 상승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의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0조4809억원이다. 올 초 HD현대중공업이 내놓은 연간 매출 목표는 13조2978억원인데, 증권가에서는 이를 넘어 14조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과 조선 협력을 기대한다고 발언하면서 기대를 모은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의 MRO 사업은 HD현대중공업이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22년 필리핀 해군을 상대로 처음으로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한 것도 HD현대중공업이다. 현재까지 한국이 수출한 함정 40여척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이 18척을 건조했다.

이 부문은 업계가 치열한 물밑작전을 펼치고 있어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국내 최초로 함정정비협약을 체결, 향후 5년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 뿐 아니라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한 바 있다. 2025년부터 미 해군 MRO 사업에 본격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캐나다 해군의 잠수함 교체 사업, 폴란드 신형 잠수함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 수석부회장의 또다른 승부수는 친환경에 있다. 현재까지 HD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선박 중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이중 연료 추진 선박 등 친환경 선박은 총 123척으로 70.3%에 달한다. 지난 9월 HD현대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가스텍 2024'에서 차세대 LNG운반선, FSRU,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모형을 전시했다. 전시회 현장에는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글로벌 기업들에 친환경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가 선박의 탄소배출 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감에 따라 친환경 선박 교체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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