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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제주 이미지 먹칠 ‘비계 삼겹살’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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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석 기자

승인 : 2024. 11. 13. 10:00

축산물가공 '대한F&B' 과지방 돈육 유통 줄이려 노력
흑돼지·백돼지 사육기간 다른데 등급판정기준 같아
최고등급 무게로 출하하려면 비계량 많아질수도 있어
제주도 불합리한 규정 바꿔야 관광객 신뢰 다시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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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F&B에서 직원들이 입고된 제주돼지 고기를 부위별로 나누는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정원석 기자
흑돼지2
대한 F&B에서 직원들이 입고된 제주돼지 고기를 부위별로 나누는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정원석 기자
관광객이 매년 1000만명 이상 찾는 제주도는 지난 4월 '비계삼겹살 논란'으로 내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는 등 지역 관광업계가 휘청거렸다.

특히 푸드트립이 새로운 관광트렌드로 각광 받고 있는 가운데 제주 대표 먹거리인 돼지고기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사실은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 푸드트랩을 대표하는 먹거리 3인방은 갈치, 흑돼지, 귤이다. 이 가운데 제주산 흑돼지가 대표주자이다.

관광객들의 우려를 씻을 수 있도록 '비계삼겹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절실한 때이다. 아시아투데이는 제주시 일주동로에 위치한 축산물가공유통전문회사 대한F&B를 찾아 '비계삼겹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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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 작업중 나오는 비계삼겹살 단면. 흑돼지 특성상 갈비부근에서의 삼겹살 부위에는 지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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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돼지고기의 단면 모습
회사의 사훈 '得心得世(득심득세)'라는 표현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마음을 얻어야 세상을 얻는다'는 뜻이 제주에 청정 축산물을 유통하는 회사 사훈으로는 제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주인성 대표는 "제주 돼지고기는 '축산물 등급 판정 세부기준'에 따라 등지방 두께에 따라 평가 된다. 돼지를 도축 후 반으로 가른 이분도체에서 버니아캘리퍼스를 사용해 등지방의 두께를 측정한다. 평균 등지방 두께가 15 ~27mm 를 1등급으로 판정하게 된다. 현재 기준이 되는 등지방을 통한 등급판정은 등부분의 지방두께로 판단하는 것이어서 뱃살부분인 삼겹살에도 정확히 그등급이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제주흑돼지의 경우 사육기간이 백돼지 보다 10∼50일이 더 걸린다. 돼지가 성장함에 따라 비계의 함량도 높아진다. 이로 인해 현행 기준에 따라 1등급이나 1+ 등급을 충족하는 무게로 출하하려면, 자연스럽게 비계량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현실도 전했다.

주 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돼지 품종별로 차등해 등급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등급 판정은 흑돼지와 백돼지를 동일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흑돼지 비계삼겹살 문제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추위와 더위를 타는 돼지들은 생물학적인 이유로 여름에는 지방이 빠지며, 날이 차가와 지는 가을·겨울에는 체내에 지방을 축적하려는 유전적인 요인이 작용해 항상 지방함량은 일정할 수 없다고 한다.

대한F&B는 과지방 돈육을 사전 예방하기 위한 스마트 공장시스템을 구축중이다. 제주도내 양돈 농가와 협력해 비육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과지방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비육기술과 사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렇듯 제주를 대표하는 대형 축산물가공유통기업과 양돈 업체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제주돼지고기의 품질이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 나도는 비규격도축에 대한 소문은 양돈장 출하 단계에서 원천 차단 되고 있으며, 절대 규격에 맞지 않는 돼지의 출하나, 도축은 이뤄질 수 없다고 한다.

대한F&B는 돼지 도축 및 정형시 위생에 대한 부분도 HACCP 및 FSSC22000(Food Safety System Certification 22000) 인증을 획득했으며, 다른 도내 정육공장들 역시 인증제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업체관계자는 제주도에 납품하고 있는 식당을 무작위 선택으로 직접방문해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대한F&B의 거래처 명단 중 한 곳을 찾아 확인했다.

제주시 화북의 전문돼지고기 취급 음식점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물었다. 직장동료들과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던 손님 A씨는"도내 많은 식당을 다녔지만, 제주도 돼지고기전문 식당중에 이곳의 고기질이 최고 수준인것 같다"고 말했다.

업주 역시 "항상 품질이 일정해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 믿고 납품받고 있다"고 했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말은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를 두고 하는 말이지 않을까. '비계삼겹살' 논란을 통해 지역 축산물가공 산업이 다시한번 변화를 시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제주도 역시 제주돼지의 우수성을 다시 증명할 제도를 찾고 관광객들에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면이 바다에 둘러 쌓인 제주도의 식문화사에서 돼지고기는 빠질수 없는 귀한 식재료였다.

제주도의 옛 돼지고기 분류는 목살언저리 부분까지를 솔디, 그리고 갈비를 갈리, 앞다리살을 정각, 뒷다리를 후각, 홍두깨살을 부피라했다. 요즘 최고의 맛으로 평가 받는 삽겹살과 오겹살 부위를 숭이라 했다.

1960년대 경제 부흥을 위해 도축된 돼지 대부분은 일본으로 수출 됐다. 일본인들은 지방이 없는 살코기 위주의 부위를 선호해 등심같은 순수 살코기 수출 비중이 높았다.

그렇기에 지방이 많은 삼겹살은 그나마 한국의 서민들에게 고열량의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고기부위였다. 1980년대 경제가 발전하며, 일부 노동자계층에서 지방이 많은 삼겹살 부위로 먼지를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입소문이 났다.

제주도는 풍부한 천연 식재료와 청정한 육류시장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를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맛' 시장을 개척할 때 관광객들이 관심을 갖는다

제주 '비계삼겹살' 논란은 지난 4월 서귀포시 중문 유명 흑돼지 전문점을 방문한 관광객 제보를 통해 시작됐다, 이 뉴스는 순식간에 SNS를 타고 이슈화 되었으며,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며, 제주 돼지 이미지는 끝모르게 추락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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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대표 먹거리 3인방 은갈치, 감귤,돼지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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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화북의 한 돼지고기 음식점에서 손님이 고기를 구워 쌈을 싸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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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기자와 인터뷰중인 대한 F&B 주인성 대표, 오른쪽은 대한F&B전경.
정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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