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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 외풍에도… 미·중 아우른 ‘인싸 최태원’ 방어막 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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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4. 11. 11. 17:58

미중 파고 넘는다 - SK그룹
美우선주의에 반도체·이차전지 비상
상원의원 만나고 연례 학술행사 진행
한중 경제인대화 등 인맥 강화 '착착'
국제정세 대응 사업별 현지조직도 정비
SK아메리카스, 북미 컨트롤타워역할
SK차이나 컴퍼니는 중국 투자 담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면서 세계 경제는 더 강해진 미국 우선주의를 맞닥뜨리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환경 정책과 결이 다를 뿐 아니라 관세 장벽은 유례없이 높게 세워질 전망이라, 기업들 셈법이 복잡하다. 가뜩이나 중국산 저가 범용제품의 범람 속 전기차와 배터리, 스마트폰까지 첨단산업 굴기를 견제하느라 여념이 없던 판이다. 이제 재계는 미·중 간 치열한 무역 전쟁 속 줄타기에 나서 어디로 튈지 모를 지정학 리스크를 이겨내야 한다. 아시아투데이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밀려드는 '폭풍 해일'에 침몰하지 않고 파고를 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전략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올 상반기 끝자락 6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장장 18일간에 걸친 장기 해외출장길에 올랐다. 미국이다. AI 메모리라 불리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사업 방향성을 정하고 배터리 계속 투자, 한발 더 나아가면 SMR(소형모듈원전)과 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리더들을 만나고 또 만나 그룹의 미래를 구상하고 돌아왔다. 귀국하자마자 SK가 전방위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건 최 회장이 보고 듣고 내린 확고한 판단이 기초했다는 게 지배적 견해다.

다시 트럼프 시대를 맞이하는 SK로선, 최 회장이 다져놓은 글로벌 인맥과 아웃리치가 가장 귀중한 자원이자 무기다.
불과 두 달 전에도 최 회장은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과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최종현학술원은 2021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를 열고 세계적 석학 및 재계 인사들과 만나고 있다.

최 회장은 미중 전략을 균형감 있게 펴는 방법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 고위급 경제인 대화에도 참석한다. 행사는 대한상의와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가 공동 주관하며 한국과 중국에서 번갈아 열리고 있다. 최 회장을 비롯해 오너가들은 중국 주요 기업과는 이차전지 부문에서도 협력을 통해 산업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재계 셀럽 최태원, 美 정계도 잡았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지난 9월 미국 상원의원단 방한 시 만난 7명의 의원 중 빌 헤거티 테네시주 상원의원은 제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요 내각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당시 한국을 찾은 의원은 헤거티 의원을 포함해 공화당에서 존 튠, 댄 설리번, 케이트 브릿, 에릭 슈미트 의원, 민주당에서 크리스 쿤스, 개리 피터스 의원이었다.

최 회장은 미국 현지에서 정기적으로 전 세계의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도 진행하면서 현지에서의 존재감을 유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최종현학술원이 진행하는 TPD다.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2021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싱크탱크, 재계인사들이 모여 국제 현안을 논의한다. 최 회장이 2025년 2월 워싱턴에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TPD 때문이다. TPD는 그간 12월에 열렸으나 이번에는 미국 대선 일정을 고려해 2월에 열린다. 최 회장의 2월 일정은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으나 평소 현지 사업장을 자주 둘러보고 현안이 있을 때 적극 미국으로 향했던 만큼 참석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린다. TPD에 어떤 인사들을 초청할지도 관심사이며 해당 기회를 활용해 미국 내 인맥 다지기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촉즉발 美中 리스크…현지법인·수펙스, 유기 대응체제

SK그룹의 종속회사 중 미국에 위치한 법인만 올 상반기 기준 200여 개다. 미국 곳곳에 설립돼 있는 법인들은 현지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면서 수익을 내 왔다. 그만큼 집중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룹이 미국 현지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취한 대표적인 조치는 SK아메리카스의 설립이다. SK아메리카스는 쉽게 말해 북미 대관 조직을 하나로 합친 컨트롤타워다.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 정세 변화와 맞닿아 있는 사업 분야에서 좀 더 재빨리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미국 내 사업 전략은 SK USA가 담당했지만, 이를 SK아메리카스로 바꾸고,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에서 SK하이닉스, SK(주) 등이 추가로 출자해 조직의 규모를 키웠다. 북미지역 전문가인 유정준 부회장이 현재 SK아메리카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SK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글로벌 대외협력을 담당하는 조직을 만들어 대응 중이다. 글로벌 퍼블릭 어페어스(GPA) 팀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과장 경력을 보유한 김정일 부사장이 담당 중이다. 중국은 SK차이나 컴퍼니를 통해 그룹의 중국 투자 및 사업 추진을 진행한다.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렌터카 사업, 부동산 개발사업, 경영컨설팅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배터리회사 SK온의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예정한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해 대중국 견제 기조에 편승하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법안에 대해 기민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또 SK(주)는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차량용 전장 부품 등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업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SK온과 지리그룹 내 브랜드들과의 협력 확대를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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