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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설마 여기서 사고나겠어?”…‘밀집’ 지역 여전한 안전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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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기자 | 박서아 인턴 기자

승인 : 2024. 10. 29. 17:45

'팝업스토어 성지' 서울 성수동 현장 가보니
안전요원 배치 허술…'맛집' 앞서 위험천만 순간도
전문가 "자율적 대응 중요…정부, 정보 제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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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서울 성수동 일방통행로에 사람들이 엉키며 무질서한 상황이 발생했다./박서아 인턴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사람이 붐빈다 싶을 때마다 혹시 사고가 나진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설마 여기에서라는 마음이 더 큰 게 사실이에요."

지난 28일 오후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에 위치한 한 식품기업의 Y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A씨의 말이다. 이날 A씨를 비롯해 Y 팝업 방문객들은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밀집된 공간 속에서 전시된 상품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운영되는 해당 팝업은 주중 약 900명, 주말에는 1200명 가까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입장은 30분 단위로 통제됐지만 퇴장 안내가 별도로 없어 저녁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는 점점 사람들로 붐볐다. 안에서는 맥주와 음식 등도 일부 판매하고 있었으나 취객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인파 통제나 안전요원 배치는 허술한 상태였다. 행사 관리 직원은 "3시 무렵 들어온 손님이 폐장 시간까지 머무는 경우도 있다"며 공간 밀집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성수동은 최근 몇 년간 '팝업의 성지'로 불리며 MZ세대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중이다. 각종 브랜드의 집결지로 '힙'한 공간이 가득했지만 안전 문제에 있어선 여전히 뒷전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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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5시 40분 경 서울 성수동의 Y팝업스토어 내부. 앞서 낮 15시 입장시간 보다 인파가 더 몰리고 있다. /박서아 인턴기자
최근엔 이태원 참사를 연상시킬 만한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지난 24일 성수동에서 열린 모 명품 브랜드 행사에 유명 연예인이 참석한다는 소식에 대규모 인파가 몰려들면서 결국 포토월 행사가 중단된 것이다. 경찰 추산 약 700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행사장 앞 좁은 이면도로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였고, 인파와 차들, 행사용 조명기구까지 뒤엉켜 혼잡한 상황이 연출됐다. 급기야 버스와 차량 간 경미한 접촉 사고도 일어났다.

'맛집' 탐방을 위해 성수동을 찾은 일부 시민들은 도로 위 무질서한 교차로의 상황에 아찔한 순간들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실제 이날 성수동 연무장길 사거리에 위치한 한 유명 빵집에는 오후 시간대 소금빵을 사기 위한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는데 빵을 구매한 뒤 사방으로 흩어지며 길을 건너려 할 때, 일방통행 도로를 무시한 오토바이와 차량이 갑자기 나타나 아슬아슬한 상황이 발생했다. 중국에서 왔다는 한 유학생은 "차와 오토바이가 갑자기 나타나며 서로 피하느라 위험했다"고 말했다.

성수동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B씨는 "가을철에는 한 달에 최소 5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것 같다"며 "그러나 이런 열풍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대한 관리와 준비가 부족해 보일때가 많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태원도 큰 사고 후에 한동안 주변 상가가 모두 힘들지 않았냐"며 인파가 몰리는 팝업 행사에서는 비상 대피 경로 등을 확보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참사 이후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를 위한 통제 지침 등이 마련되긴 했으나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운영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인파가 밀집된 공간에서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자율적 대응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안전사고 예방 전문 김혜진 변호사는 "시민들 스스로가 안전 예방을 위해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나서서 통제하는 식으로 밖에는 대응이 되지 않는다. 미리 안전에 대해 논의하고 경찰에게 요청하는 등 행동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며 "정부도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참여권을 보장하면서도 역량을 높이기 위한 자원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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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6시 경 팝업 스토어가 즐비한 연무장 길과 연결된 지하철 3번 출구 앞에 시민들이 안전 요원들의 통제를 받으며 역으로 들어가고 있다./박서아 인턴기자
박세영 기자
박서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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