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AI 노벨상 석권과 국제정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1301000637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0. 13. 17:52

2024081201001049100063861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2024년 노벨상에서 인공지능(AI) 연구자들이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차지하며 AI가 올해 노벨상의 주인공이 됐다. AI의 기초를 확립한 공로로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와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선정됐다. 또한 컴퓨터 이용 단백질 설계 및 단백질 구조 검색엔진 '알파폴드'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 등 3 명이 노벨 화학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역사적으로 노벨 과학상이라고 하면 일반인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야로 여겨진다. 대부분 매우 전문적인 과학자들에게만 해당하는 분야 연구자들이기 때문이다. 또는 노벨상 수상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그 이론과 기술이 상용화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석권한 AI는 바로 지금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접하고 이용 중인 기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급속히 발전 중인 기술이다.

AI는 세계인들의 일상과 밀접히 연결됐을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물리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인 홉필드 교수는 수상 소감에서 "물리학자로서 통제할 수 없고 한계를 파악할 수 없는 것에 큰 불안함을 느낀다"면서 "AI가 현재로선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이며, 얼마 전까지 구글 부사장을 지낸 'AI의 대부'라 불리는 힌턴 교수는 수상 소감에서 거대 기술기업 '빅테크'들이 AI 통제를 위한 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I가 통제에서 벗어나 생존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는 면에서 우리는 역사적 분기점에 있다"면서 앞으로 수년 내에 AI의 위협을 다룰 방법이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AI 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대한 우려는 연구자뿐 아니라 주요 국가들의 정부 차원에서도 진작부터 제기됐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AI 기술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이를 규제함으로써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은 이미 세계적 추세가 됐다. 국가 권력과 세계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등 국가들은 인공지능 대응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문제는 정부와 기업 사이의 문제에서 정치권 전반, 범국가적 이슈로서 그 범위와 중요성이 급속히 확대되는 중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AI 정책의 핵심은 2023년 10월 발표한 행정명령이다. 첨단 AI 시스템 개발자가 미국 정부와 안전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에 고객 파악 요건을 부과하며, AI 안전,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연방 기관의 표준을 설정하도록 했다. 또한 미 행정부는 연방 기관을 위한 AI 거버넌스, 혁신, 위험 완화에 관한 구속력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국내 정책 외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무역기술위원회를 통한 안전하고 투명한 AI 시스템 관련 협력, 잠재적 피해를 방지하면서 AI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한 G7의 히로시마 프로세스 이행, 미국 AI 안전연구소와 유사 기관의 국제 네트워크 간 안전 및 평가 표준 협력 등 양자 및 다자 포럼에서 AI 거버넌스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다른 국가와 AI 안전에 대해 협력하겠다는 의향서에 서명하고 EU AI 사무국과 미국 AI 안전연구소 간의 지속적인 대화를 약속했다.

올해 3월 EU 의회는 기술 투자의 최전선에서 미디어화된 인공지능을 관리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주요 규제 기본 규칙을 승인했고, 이 규칙은 5월부터 발효됐다. 이를 통해 유럽은 AI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게 됐다. 로베르타 메솔라 EU 의회 의장은 이 법안이 기본권을 보호하면서 혁신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선구적인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EU 국가들은 규제 강화가 유럽이 기술 분야에서 중국 및 미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정부 주도의 규제보다 자율 규제를 옹호해 왔다. 특히 유망한 AI 스타트업들을 보유한 독일과 프랑스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EU는 기술 발전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주요 업체들의 시장 패권에 발맞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는 고도의 AI 시스템을 개발, 보급하면서 그에 따른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중국 양대 강국과 EU는 저마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AI 규제 개발과 정착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에 따라 복잡한 국제 관계 속에서 한국의 AI 정책 추진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와 관련, 스위스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스위스는 이미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스위스는 EU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웃 국가들과 같은 방식으로 EU AI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특히 스위스는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으로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스위스의 중립적인 입장은 AI 거버넌스와 국제 협력에 대한 접근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스위스의 정책 전문가들은 자국의 접근 방식을 '기술 중립적'이라고 설명한다. 이 나라는 각 기술별 정책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방식이 아닌 기존 법률을 필요에 따라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규제와 강력한 연구의 균형을 신중하게 유지하는 방향을 추구한다. 이는 또한 자국을 과학기술 문제에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

올해 노벨상을 석권한 AI 기술은 사회의 거의 모든 측면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AI의 완전한 능력을 확인하기에는 멀었지만, 지금 마련한 보호 장치가 앞으로 이 기술이 업무와 생산성, 민주주의, 전쟁과 평화 등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세계는 더 강력하고 파괴적으로 변화하는 AI 시스템을 어떻게 관리하고 안전, 혁신, 경쟁, 위험과 관련된 과제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중대한 결정에 직면해 있다.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