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50년간 야생동물 개체군 73% 감소”…WWF의 경고에 전문가들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10010005243

글자크기

닫기

이정연 기자

승인 : 2024. 10. 10. 15:53

담수 생물종 85% 감소, 습지 보전 노력 강조
'보호 지역 밖 효과적 보전 노력' 방법 전환 제시
전문가 "정부 개입보단 민간 중심 지원 필요"
사진3. [WWF] 2024 지구생명보고서 기자간담회 (1)
박민혜 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이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지구생명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WWF
지난 반세기간(1970년~2020년) 관찰대상 야생동물 개체군의 평균 규모가 73% 줄었다는 세계자연기금(WWF)의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계속해서 자연자본이 감소하면 자원을 근간으로 생산하는 기업활동과 삶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2030년까지 전 세계의 과감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선 과거와 달리 보전 위주가 아닌 인간의 권리와 가치가 공존하는 보전 방식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습지 복원 및 조성, 녹색채권에서의 생물다양성 지원 확대, 식량 생산 체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일 WWF는 '2024년 지구생명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5495종을 대표하는 약 3만5000개 개체군을 대상으로 1970년부터 2020년까지 추세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 73% 줄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생물종별로는 담수 생물종이 85%, 육상과 해양 생물종은 각각 69%와 56%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WWF는 과거처럼 보전에만 머무르지 않고,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달리했다. 박민혜 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인간의 권리와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보전노력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있는 그대로의 보전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보전과 인간과 더불어 보전하는 자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보전 형식으로 반드시 자연생태계가 보호되는 건 아니었다. 관리와 규모를 크게 확대하는 측면이 중요하다"며 "GBF에서 말하는 자연공존지역(OECM)을 토대로 적용 가능한 경우에는 토착민이 거주하는 영토로 인정하는 것도 지역 기반의 생태학적 대표성이 있는 대규모의 보존 지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고 언급했다. 보호 지역 밖에서의 더 효과적인 보전 노력이 있다면 이 같은 노력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진4. [WWF] 2024 지구생명보고서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이상훈 국립생태원 습지연구팀 팀장, 윤지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 조대현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 한국 매니저, 박민혜 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이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4년 지구생명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WWF
패널로 참석한 이상훈 국립생태원 습지연구팀 팀장은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 같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호한 상황이라며 인공습지 조성 및 훼손된 습지 복원 등을 골자로 '습지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 팀장은 "멸종위기종의 다수가 습지에 살고 있는데, 습지가 훼손된 데 대한 복원 및 조성 노력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담수생태계, 습지생태계 피해는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습지는 생태학적 가치 뿐만 아니라 태풍이나 해일 자연의 방파제 역할, 지하수 보충과 가뭄에는 물을 공급하는 자연의 스폰지 역할을 한다"며 "습지식물같은 경우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숲보다도 2~7배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보전의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근에 데크 등을 설치해 문화관광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선 나쁘게만 보진 않지만, 이에 따른 환경훼손 해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WF는 이날 '보전 방식의 변화' 뿐만 아니라 기후영향 재원을 조달하는 '금융시스템 변화', 식량 자원 낭비를 줄이는 '식량 시스템 변화'와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시스템 변화'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전 세계에서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 등 자연자본 공시가 점차 표준화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미진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대현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 한국 매니저는 "우리나라 금융 지원은 대부분 녹색채권에 몰려있는데, 한국도 자연에 대한 리스크가 큰 업종이 많은 반면 이 중 생물다양성에 대한 투자는 미미하다"며 "최근 금융당국이 420조원 가량의 녹색자금 공급 계획을 밝힌 가운데, 분야별로 구간을 분명히 나눠줘야 신재생에너지 외 다른 녹색 분야에서 은행도 상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AIGCC와 삼일회계법인(PwC)이 분석한 자연 의존도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시가총액 중 21%가 고의존, 50%가 중의존이어서 고의존과 중의존 순위를 합치면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뉴질랜드, 대만에 이어서 자연 의존도가 3위라고 덧붙였다.

생물다양성 공시를 가장 잘한 기업으로는 '신한금융그룹'을 꼽았다. 녹색채권 사례로는 한국중부발전의 '해안선 복원사업' 등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개입보단 민간에서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표했다. 조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상장한 대기업들 주도로 해야지, 실질적으로 생존이 시급한 중소·중견기업에까지 이 같은 요구들을 일률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규제 등 정부 개입을 강화하기보다는 지금도 공급망 내에서 대기업과 생산성본부 등이 지원하는 것과 같이 민간 중심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식량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소비자 개개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지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저개발 국가는 손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우리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낭비를 줄이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실제 정확하게 예측해서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가져오는 시스템도 중요하고, '잔반 줄이기'와 개인적 실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품 산업에 또는 식품 관련된 R&D 투자금들이 되도록이면 이런 지속 가능한 푸드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