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자유민주주의는 국가 정통성의 초석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01010000199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0. 01. 17:53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지난 8월 30일 교육부는 관보를 통해 2025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될 중학교 역사 및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증 결과를 공개했다. 검증을 통과한 교과서는 모두 '자유민주주의'를 기술하고 북한은 '국가'가 아닌 '정권' 수립을 명시했다. 이는 훼손되고 왜곡된 대한민국의 정통성(legitimacy)을 정상화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결단이다.

해방 직후 남북은 상이한 체제를 기반으로 국가 건설을 경쟁했다. 이 경쟁은 남북이 서로 국가 정통성 확보를 위해 제도를 구비해 간 과정이다. 국가 정통성 확보가 중요한 것은 '통치의 명분을 제공하고 국민의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내는 정당성과 합법성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남북은 정통성 확보를 위해 국가 질서의 바탕과 국민적 합의의 기본가치를 담은 헌법을 제정했다. 남북이 제정한 헌법에는 공히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들어 있다. 하지만 그 의미는 아주 다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을, 북한은 인민주권을 의미한다. 이를 반영한 체제가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이고 북한은 인민민주주의다. 자유민주주의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이지만 인민민주주의는 주민에게 주권이 없다. 이처럼 '민주주의'라고 해도 결코 동격의 민주주의가 아니며, 민주주의 중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우월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검증을 통과한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를 명확히 기술하도록 한 것은 우리의 헌법정신을 정확히 반영한 것일 뿐만 아니라 올바른 제도를 선택한 것이다.

남북은 역사적 정당성을 통해 건국의 정통성을 확보하려 했다. 역사적 정당성은 사실(fact)에 근거해 건국이 옳다는 것을 역사로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선전·선동에 의해 사실이 왜곡되고 과장됐다. 대표적 사례가 '친일 청산'과 '분단 책임'이다. 우선 건국 과정에서 북한은 친일 청산을 잘했고 한국은 친일 청산을 잘못했다는 것이 정설(定說)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것이다. 한국 초대 내각 구성원 19명은 거의 전부가 독립운동을 한 인물로 친일파는 한 사람도 없었다. 반면 북한 초대 내각에는 친일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고, 친일 청산에 대한 구체적으로 명시된 사례도 없다. 이는 친일 청산이 북한의 선전·선동에 의해 조작·왜곡됐다는 방증이다. 다만 친일 청산에 대한 오해는 반민특위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친일 경찰을 중용해 공산주의자들을 수사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독립운동가 출신을 조사하는 사례가 오해를 자초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다음 이승만의 '정읍 선언'이 남북 분단 책임으로 호도되고 있다. 이는 해방 이후 역사적 사실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조작이다. 전후 세계질서 재편 과정에서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에서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제도 형성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즉 한반도에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소련은 인민민주주의를 이식했다.

체제 이식 과정에서 소련은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소련은 대일 선전포고(1945년 8월 7일)와 함께 함경도의 중요 지역을 점령한 후 평양에 진격해(1945월 8월 24일) 점령군 사령부를 설치하고, 38선 이북 전 지역을 점령했다(1945년 8월 27일). 소련은 전승(戰勝)의 전리품을 더 많이 챙기려는 속셈으로 남하를 멈췄다. 하지만 전리품 챙기기가 여의치 않자 점령지역에 대한 공산화를 추진했다.

북한은 스탈린이 하달한 '9·20 비밀 지령' 문서를 인민민주주의 정부수립의 근거로 삼아 1946년 2월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를 설립했다. 이후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는 북한의 사회주의적 개조를 위한 정부 기능을 수행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한반도 분단은 스탈린이 기획하고 김일성이 실천했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이승만의 '정읍 선언'이 결코 분단의 원인일 수 없다.

좌파 정부와 세력들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는 눈을 감고 한국의 역사적 정당성은 폄훼·왜곡하고 심지어는 부정하려고 한다. 대표적 사례가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라'라는 자학적(自虐) 발언이다. 또한 대한민국 역사 기술에 북한의 주체사관이 스며들어 우리의 역사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있다.

주체사관은 한반도 근현대사를 제국주의 강점(强占)의 역사로 재단(裁斷)한다. 8·15 해방을 기준으로 이전 시기를 '일제 강점기'로 이후를 '미제 강점기'로 나눈다. 그리고 북한은 김일성의 항일투쟁으로 일제 강점에서 벗어나면서 강점의 역사가 끝났다고 선전한다. 이에 반해 남한은 일제 강점에서 벗어났지만 미 제국주의자에 의한 강점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완전한 억지다.

북한 주체사관은 서구의 좌파 수정주의 역사관과 결합해 역사를 왜곡·조작하고 있다. 또한 일제강점은 반일(反日)로, 미제강점은 반미(反美)로 변신해 주체사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자학적 역사 기술이 토대가 되어 한국의 역사적 정당성은 훼손·부정한다. 이런 자학적 역사는 국민의 자긍심 훼손과 국가발전의 저해요소로 청산되어야 할 역사관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우리의 헌법정신이자 역사적 정당성의 핵심 가치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선택은 성공의 토대였고 현격한 남북 발전 격차의 원인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교과서 검증 지침이 학생들에게 국가 정통성의 근력을 강화해 주고, 자유통일의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