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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놀라움의 연속, 지구촌 ‘선거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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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8. 01. 13:29

최효극
최효극 대기자
올해 들어 7개월 간 세계 곳곳에서 치러진 굵직한 선거에서 좌향좌든 우향우든 기존 질서에 충격을 가하는 변화에 대한 세계시민의 욕망이 분출했다.

그 욕망이 때론 이탈리아, 프랑스 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즘'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때론 '마초의 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불패신화에 젖은 모디 총리에게 옐로카드를 내밀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지식이 넓고 깊게 퍼져나가면서 더 똑똑해지고 눈은 더 밝아진 세계 시민들은 나태한 권력, 도취한 권력, 야만적 권력을 매섭게 응징했다.

'현대판 차르의 대관식'처럼 치러진 3월 러시아 대통령 선거는 예외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수많은 청년들의 희생에도 아랑곳없이 홀로 '전쟁 특수'를 누리며 3연임에 가뿐히 성공했다.

6월 초 멕시코 대선에선 좌파 집권당 국가재생운동(MORENA)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가 승리해 멕시코에서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마초의 나라' 멕시코에서 성평등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같은 달 유권자 6억4200만 명이 참여한 세계 최대 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지만, 그가 이끄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처음으로 단독과반 달성에 실패했다. BJP 주도 국민민주연합(NDA)은 예상보다 100석 안팎이 모자라는 예상 밖의 결과로 출구조사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승승장구하던 모디 총리는 기세가 한풀 꺾였다. 힌두 민족주의에 대한 제동이자 거시 경제지표 성장에만 올인(모두 걸기)하며 불평등과 청년 실업으로 시름하는 국민들을 외면한 데 대한 국민의 회초리였다.

곧이어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이 1위를 차지했지만, 프랑스의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등 극우 정당들이 약진하면서 유럽을 출렁이게 만들었다.

극우 정당이 1위를 차지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곧바로 의회를 해산하고 6월30일과 7월7일 총선을 실시하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 극우 정당의 집권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신이 이끄는 중도연합 앙상블뿐 아니라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나쁜 코스모스(질서)' 대신 '카오스(혼돈)'을 선택한 셈이다.

파란만장한 6월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이란 대선이었다. 앞서 5월19일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돌연 사망하면서 치러진 선거였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충성파'인 잘릴리의 승리가 예상됐지만 뜻밖에도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1위로 당선됐다. 이란에서 대통령의 권력이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변화를 바라는 민의(民意)가 예상을 깨고 권력의 두꺼운 벽을 뚫은 것이다.

7월 초 영국 총선에서 이변은 없었다. 잇단 실정으로 패배가 정해진 보수당이 패했을 뿐이다. 리시 수낵 전 총리는 지지율이 추락하자 총선일정을 6개월 앞당겼지만 예상대로 참패하면서 14년만에 보수당은 노동당에 정권을 빼앗겼다. 모든 여론조사는 과연 보수당이 얼마나 많은 의석을 내줄지 패배의 규모에만 관심이 쏠렸고 1834년 창당 이래 최저 의석이라는 굴욕적 결과가 나왔다. 보수당의 참패는 당 조직, 사회 시스템, 경제 구조에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 대한 당연한 귀결이었다.

11월5일 치러질 미국 대선이 올해 지구촌 선거의 해의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미 대선을 3달여 앞두고 이미 격변이 벌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TV토론 참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과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사퇴는 CNN이 미국 정치사 최대사건 3건이 4주 새에 발생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바통을 이어받은 미 대선은 새로운 구도가 됐다. 여성·아시아계·흑인 대선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은 이제 자연스럽게 '변화'의 아우라를 갖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야당후보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변화'를 빼앗겼다. '변화'는 지구촌 대부분 선거에서 세계 시민들이 선택한 길이었고 미국의 유권자들도 이걸 원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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