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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연의 오페라산책]니키카이오페라 도쿄 오페라 ‘나비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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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07. 30. 09:59

"원작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 독특한 실험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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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카이오페라 도쿄의 오페라 '나비부인' 중 한 장면. ⓒTokyo Nikikai Opera Theatre Madama Butterhly photo by Masahiko Terashi
악보와 대본이라는 원본을 변형하지 못하는 고전 오페라를 현대에 재현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한계를 체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니키카이오페라 도쿄(Nikikai Opera Tokyo, 이하 니키카이)가 18~21일 일본 우에노 도쿄문화회관에서 선보인 오페라 '나비부인'은 그런 점에서 그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독특한 실험의 무대였다.

이 프로덕션은 이번 공연이 초연은 아니고 지난 2019년 도쿄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2022년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202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것을 이번에 일본에서 재공연한 것이다. 이 공연이 화제를 모았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세계적인 일본 출신의 패션디자이너 다카타 겐조가 의상을 맡았기 때문이다. 색채의 마술사라고도 불리는 다카타 겐조는 일본 특유의 아름다운 문양과 색감으로 세계에서 활약하는 오뜨 꾸뛰르 디자이너였으나 안타깝게도 2020년 코로나로 파리에서 타계했다. 니키카이는 지휘자나 연출자를 간혹 외국에서 초빙하기는 하지만 출연자는 전부 일본인 성악가들로만 구성해 일본 오페라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번 공연 연출은 니키카이의 오페라를 주로 맡는 미야모토 아문이 맡았다. 토니상 수상자이기도 한 미야모토는 뮤지컬과 연극, 오페라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일본 중견 연출가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일본인의 입장에서 양가적인 감정이 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100여년 전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유명 오페라가 탄생했다는 점은 의의가 있으나, 그 여성이 서구 백인 남성의 장난 같은 결혼을 위한 희생양이었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불편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과거에도 이 오페라에 대한 일본 관객의 시선이 궁금해 몇 차례 현지에서 '나비부인'을 관람하고 그들을 관찰한 적이 있다. 당시 본 바에 따르면, 그동안 일본 관객들은 이 작품을 오페라로 받아들일 뿐 예술적 요소 이외에는 크게 개의치 않아 보였다. 그러나 사뭇 다른 관점도 존재했었던 모양이다. 이번 나비부인의 연출을 맡은 미야모토 아문은 전체적인 구조가 달라질 정도로 크게 개입하며 작품에 자신만의 해석을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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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카이오페라 도쿄의 오페라 '나비부인' 중 한 장면. ⓒTokyo Nikikai Opera Theatre Madama Butterhly photo by Masahiko Terashi
이번 공연에서는 서곡이 연주되기 전, 미리 막이 열리고 무대에 환자의 침상이 놓인 일본식 방이 있었다. 환자는 죽음을 앞둔 남자주인공 핑커톤으로, 그 곁을 그가 다시 결혼한 부인 케이트와 나비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다 큰 청년이 되어 지키고 있다. 이러한 풍경은 원작에는 없는 연출적 설정이다. 오페라는 죽음을 임박해 회한에 몸부림치는 핑커톤의 현재와 나비부인과의 과거가 교차하며 공연됐다. 그들의 다 자란 아들은 초초(나비부인)의 죽음 이후에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나타낸다. 부모가 부부의 인연을 맺고 배신과 이별, 죽음을 맞는 그 모든 순간에 아들은 관찰자가 되어 절절한 몸짓으로 만류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는데 그 과정이 모두 억지스럽지 않고 설득력이 느껴졌다.
이번 작품에서 미야모토 아문은 "나비부인은 불행한 여성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주관대로 핑커톤은 초초를 그렇게 버린 것을 절절히 후회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초초는 핑커톤을 맞으러 와 그와 손을 잡고 이승을 떠난다. 초초가 하찮게 버려진 비운의 여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악보와 대본의 행간을 촘촘히 메운 해석은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1막 결혼식 장면 이후 초초는 계속 서양식 드레스를 입고 나온다. 일본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미국인 남편과 미국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던 그였기에 어쩌면 당연한 설정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오페라에서 초초는 늘 기모노 차림이었다. 미국을 동경하는 일본 여인이라면 당연히 양장을 입었을 터인데 그동안 서양인의 시각에 길든 우리 또한 놓친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카타 겐조는 이러한 점을 예리하게 포착한 것이다. 1막 혼례 장면에서는 특유의 아름다운 색감의 의상으로 무대를 수놓았고, 2막에서는 오히려 의상의 존재감을 의도적으로 눌러 오페라에 집중하게 한 배려심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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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카이오페라 도쿄의 오페라 '나비부인' 중 한 장면. ⓒTokyo Nikikai Opera Theatre Madama Butterhly photo by Masahiko Terashi
댄 에팅거가 이끄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력은 탁월했다. 현악과 관악의 울림이 모두 무대와 매끄럽게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무척이나 품위 있는 음색을 들려주었다. 속도와 강약 어느 곳 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일본의 오페라를 직접 관람할 때마다 특히 부러운 것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안정된 연주 역량이다. 나비부인 역의 소프라노 히로미 오무라와 핑커톤 역의 테너 히로노리 조 또한 제 몫을 다했다. 특히 테너 히로노리 조의 매력적인 음색과 절창이 빛을 발했다. 히로미 오무라는 중저음과 고음의 색깔이 많이 다른 성악가로 균일하지 못했던 중저음에 비해 폭발적인 고음과 풍성한 성량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니키카이의 오페라 '나비부인'은 객석에 색다른 시선을 제공했다. 이 정도로 과감한 해석이 일본 연출가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 더욱 신선하다. 고전의 재현과 관련해 오페라의 근본적인 한계를 일정 부분 극복한 무대였다는 생각이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

손수연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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