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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美 대선, 비트코인에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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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7. 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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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번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후 지지층이 강력히 결집하는 중이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 대한 후보 사퇴 압력 등으로 언제라도 후보가 바뀔 수 있다는 분위기에 더욱 어수선하다.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 538(FiveThirtyEight)에 따르면, 트럼프 피격 후 실시한 8개 전국 단위 여론조사 중 7개 조사에서 트럼프가 앞서고 1개 조사는 동률로 나타났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 차이는 최대 6%포인트였지만, 대부분 1에서 2%포인트 차로 박빙 양상이다. 트럼프 측은 암살 시도를 계기로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했다고 주장하지만, 선거전은 여전히 초경합 양상이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박빙의 승부 끝에 투표 완료 후 며칠이 지나서야 당선자가 확정됐다. 당시 미국의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젊은 유권자들이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바이든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미국 젊은 유권자들의 태도 변화가 뚜렷하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바이든-트럼프 재대결에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민주, 공화 양당이 아닌 제3의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많아 일반적으로 젊은 지지자가 많고, 그렇지 않아도 후보 교체 논란까지 더해진 민주당으로서는 대단히 불리한 상황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미국 젊은이들이 2024년에도 2020년과 같이 양대 당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특히 대학 졸업생들은 여전히 투표에 열의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대학 재학생,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거나 대학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4년 전보다 투표에 관심이 떨어졌다.

그렇다면 미국의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4년 사이에 왜 이와 같은 변화가 나타났을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MZ세대가 양대 정당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총기 폭력, 기후 변화, 의료, 범죄, 이스라엘-하마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등 자신에게 중요한 이슈를 처리할 후보로 현재 유력한 두 후보인 트럼프나 바이든을 신뢰하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의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과거처럼 이념이나 인물보다 자신들에게 중요한 이슈에 따른 투표 경향이 뚜렷해졌다. 지난해 11월 지방 선거 결과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젊은이들이 투표장으로 향할지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슈는 낙태 문제였다. 미국 젊은이들의 44%가 모든 경우에 낙태가 합법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2016년 조사보다 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미국 젊은이들이 투표할 때 보수 또는 진보라는 이념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은 이전부터 계속되는 현상이다. 다만 그들은 이념 투표보다 이슈 투표를 하더라도 자신의 기존 이념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했다. 만약 자신에게 중요한 이슈와 이념이 충돌할 경우 기존 지지 정당 후보를 바꾸기보다 차라리 투표를 포기하는 쪽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런데 올해 미국 대선에서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슈 때문에 그동안 지지해 온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의 후보에 투표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그 이슈는 바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에 대한 대통령 후보와 정당의 입장이다. 실제로 암호화폐 이슈를 최우선으로 하는 소위 '암호화폐 유권자(Crypto Voters)'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암호화폐 문제를 이번 미국 대선의 뜨거운 이슈로 만든 사람은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과거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비판했던 트럼프는 2024년 선거를 앞두고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당시 그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완전히 금지하려고까지 했지만, 재무장관 등 정부 인사들이 이를 막은 것으로 전해진다.

암호화폐에 그렇게 적대적이었던 트럼프는 7월 말 암호화폐 업계의 대표적 행사인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그는 암호화폐 관련 기부 행사에 참석하고 업계 관계자 및 지지자들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암호화폐 기부금을 받았다. 또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암호화폐 정책에 관해 논의하는 등 커뮤니티의 지지를 얻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암호화폐 친화적 행보를 통해 진보 성향이 뚜렷한 암호화폐,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 및 금융업계, 그리고 여기에 관심이 많은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든과 민주당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공화당은 시장의 자유와 정부 규제의 최소화를 주장하는 만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전반적으로 호의적이었다. 반면 바이든과 민주당은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이 하루아침에 돌변한 것에 대해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처음에는 당황했다. 일각에서는 표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하는 트럼프의 성격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트럼프는 암호화폐 이슈를 선점함으로써 상당한 효과를 얻고 있다. 평생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관련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번에는 트럼프를 찍겠다는 선언이 이어진다.

첨단 기술 또는 금융 분야 종사자, 젊은 유권자는 진보 성향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이제까지 미국에서 일반적인 상식과도 같았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부분적이지만 분명한 변화가 목격된다. 자신에게 중요한 이슈, 특히 자신의 사업 또는 돈에 직접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시한다면 이념이나 기존 지지 정당에 상관없이 표를 준다. 이러한 단일 이슈 투표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확인되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념만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이라는 외침에 다른 목소리가 묻히는 진영이 선거에서 계속 패하는 것이 당연해진 이유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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