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건설·부동산 부실기업, 과감한 구조조정 적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626010014549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6. 26. 18:21

장용동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국가 교통망을 비롯해 주택 등 기본 인프라를 담당하는 건설 산업과 부동산을 둘러싼 서비스산업은 경제의 큰 축을 이루는 기간산업이다. 게다가 인력 고용은 물론 전후방 산업의 연계 효과가 커서 경기를 부양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되어 온 게 사실이다. 특히 우리의 건설 산업은 6·25 이후 폐허의 땅덩어리에 도로를 비롯해 철도, 댐, 항만, 공항, 산업 단지, 주택 등 산업화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건설하고 해외에 진출, 국가발전을 위한 시드 머니까지 벌어들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근래 들어서도 IT와 AI를 근간으로 한 첨단 도시와 산업 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세계에 수출,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나래를 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것도 좋은 징조 중의 하나다. 건설업과 개발업체(시행사), 중개업 등이 번창할수록 일자리 창출과 내수진작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차원에서 보면 이들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고도화, 해외 확대 진출는 실로 중요한 국가 전략이자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에 앞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게 바로 업체 난립이 불러오는 폐해다. 건설업체만 해도 그렇다. 국가의 사회간접자본 확충은 한계에 달해 선진국으로 갈수록 신규보다 유지관리중심의 투자로 급전환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건설업체 수는 해가 가면서 오히려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건설사는 모두 7만5421개 사로 지난 1974년 통계조사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여기에 누락된 무실적 업체와 미등록 업체까지 합하면 실로 건설기업 공화국이나 다름없다.

연간 30만~40만 가구를 건설하는 주택건설업체 역시 전국적으로 등록업체만 9390개 사에 이르고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을 전제로 한 부동산개발업체(시행사)도 무려 5000여 개를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매년 20% 이상씩 늘어나는 상황이다. 국가 경제에 큰 몫을 차지하는 건설 부동산 관련 기업체 수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다. 현재 줄잡아 250만명 이상이 건설, 부동산기업에 종사함으로써 고용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점이나 그만큼 국부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역시 필수적이다.
다만 시장규모를 넘어선 업체 난립은 다른 산업에서 보듯이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시장질서의 파괴와 국가 경제에도 해약이 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공재 내지는 유한재인 부동산을 원자재로 다루는 산업의 경우 시장규모를 넘어선 건설과 부동산 관련 기업의 급증은 결코 이롭지 못하다. 건설업 비중이 높을수록 땅에 대한 투기성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고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과당 경쟁에 따른 건설공사 부실이 끊이지 않고 경쟁적으로 땅을 사들여 부동산 가격의 앙등을 유발하는 역효과는 지난 50년 동안 개발 시대에 지긋지긋하게 목도한 일이다.

최근에도 농어촌공사가 처분에 나선 수원의 토지 매각에 A사가 치열한 경쟁을 물리치고 낙찰되었는데 일반참여업체보다 무려 1.5배나 높은 가격(1조5000억 규모)을 쓴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한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PF대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가의 땅값 응찰은 주변 지역은 물론 해당 지역 분양가, 심지어 주변 지역 집값에까지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개발자인 시행사들의 한건주의식 투자나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중개보다 투기 연결고리가 되고 있는 점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 투기 공화국을 초래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와 같은 침체국면에서 모두 끌어안고 떠밀려가는 것보다 건전 기업은 살리고 부실기업은 합리적으로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4월 위기설, 7월 위기설 등이 연속해서 나왔지만, 옥석을 가리는 과감한 정책 의지는 실종상태다. GDP에서 20%를 넘어가는 건설과 부동산 관련업의 비중을 다소 줄이고 고용 창출 면에서 불리하더라도 건전 기업이 제대로 서는 풍토를 만들어 단단한 땅에 물이 고이게 해야 한다. 금융이 고리가 된 작금이 성실기업을 골라내고 부실기업을 퇴출시킬 찬스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