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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대한민국이 ‘자유사회로부터 이탈하지 않도록’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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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4. 2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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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심의실장
총선을 앞두고 일부 용기 있는 경제전문가들은 누가 경제 악법을 만들었는지 잘 따져보고 투표하자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중대재해법'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해 왔던 경제단체들은 비교적 조용했다. 그리고 총선 결과는 야당이 총 득표수에서는 5.4% 정도 앞섰지만 의석수에서는 그야말로 압승을 거두었다. 이런 총선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경제단체들은 분명 걱정이 많았겠지만 특별한 목소리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불필요하게 정치권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1881.9.29.~1973.10.10.)의 제자 피터 그리브스 주니어(Peter Greaves Jr.)가 아르헨티나 청중들에게 들려줬던 다음의 이야기를 상기시키고 싶다.

당시 청중들은 그리브스에게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만연한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저축의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그리브스는 "현금을 쌓아두는 것은 좋지 않고, 주식이나 부동산을 구입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특정 주식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이다. 나라면 아마도 '생활비 인덱스'처럼 오를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지수에 투자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부분은 바로 다음 그가 강조했던 말이다. "그러나 저축방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아르헨티나가 자유사회로부터 이탈하지 않도록 '투자'해야 한다. … 우리는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사회라는 구명정 속에 있는 것과 같다. 그 구명정이 가라앉으면 그 안에서 최고 부자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는 독일 사회의 변화에 둔감한 채 부 쌓기에 골몰했던 '나치 독일하의 유태인'의 사례를 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 패한 독일정부는 무거운 전쟁배상금을 갚기 위해 마르크화를 찍어내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 결과 재화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지폐의 가치가 땔감이나 벽지보다 못해 지폐가 실제로 땔감이나 벽지로 쓰였다. 정해진 금액의 마르크화를 수령하기로 약정한 각종 연금과 저축들은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대해 독일인들은 좌절하고 또 분노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독일 내 유태인들은 독일 정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마르크화의 구매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이를 처분해서 건물 등의 자산들을 매입하였고 그 덕분에 유태인들은 날로 번창했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 부(富)를 쌓으려는 치열한 노력은 독일 사회라는 구명정이 재산권을 존중하는 자유주의 사회로부터 벗어나자 이 배에 탔던 유태인들은 가혹한 시련을 피할 길이 없었다. 나치의 반유태주의에 고무된 독일인들은 인플레이션 정책을 편 정부를 비난하기보다는 자신들의 비참함과는 대조되게 번창하는 유태인들을 분풀이의 대상으로 삼았다. 일부 사람들은 해외로 탈출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은 악명 높은 가스실로 실려 갔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이런 투자의 필요성에 귀를 기울인 덕분인지 최근 아르헨티나에서는 페로니즘과 같은 좌파 포퓰리즘 정책을 정면 비판하면서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는 '하이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등장했다. 비록 험난하겠지만 그의 등장으로 아르헨티나가 포퓰리즘의 덫에서 탈출할 가능성만큼은 확보한 것이다.

미제스가 강조한 것처럼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자유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고 행동이 필요하다. 독일의 저명한 경제학자 앨버트 허쉬먼(Albert Hirschman)이 개념화시켰듯이 때로는 강력하게 말로 의견을 제시하고(Voice), 그래도 말로는 통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는 탈출(Exit)을 포함한 행동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대한 변화가 실제로 벌어진다. 그게 역사적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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