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경욱 칼럼] GTX, 도시 집중 압력 증가에도 대비해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422010011994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4. 22. 18:02

이경욱 대기자 사진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경제 발전은 필연적으로 일상생활의 편안함으로 이어진다. 국민 모두가 열심히 일한 결과로 생겨나는 근로소득을 기반으로 세수가 안정적으로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도로가 새로 건설되고 보행로도 정비된다. 길거리 CCTV 설치 등 치안도 개선된다. 대중교통 수단도 업그레이드된다. 일상생활에서 좀 더 쾌적하고 깨끗하고 안전함을 느끼게 되면 모두에게 마음의 여유도 생겨난다.

이런 점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은 우리의 삶을 한층 더 윤택하게 할 수 있다. 서울역·삼성역 등 서울 도심을 빠른 속도로 오가는 GTX는 수도권 거주자들의 출퇴근 등을 훨씬 쉽게 한다. 집값이 비싼 서울 도심을 피해 공기가 상대적으로 좋고 거주비용도 저렴한 곳으로 가고자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출퇴근에 너무 많은 시간 등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하루에 서너 시간을 출퇴근에 소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회사나 가정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서울을 가로질러 수도권을 초고속으로 오가는 GTX에 거는 기대는 크다. GTX는 서울 외곽으로 빠져나간 직장인 등의 쾌적한 출퇴근을 겨냥한 것이다. 주말이나 휴일 서울 도심을 찾는 수도권 주민들을 위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GTX-A 노선 수서∼동탄 구간의 경우 일부 구간만 개통이 된 때문인지 이용률이 저조하다고 한다. 전 구간이 개통되면 이용객이 크게 늘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나머지 다른 GTX 노선이 모두 완공되면 서울 도심 진출입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것이다.

그렇다면 수도권 주민을 서울 도심으로 신속히 실어 나르게 될 GTX는 언제나 최선일까. 그걸로 모든 게 끝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도심 진출입이 용이해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심으로 몰려들려고 할 것이다. 대중교통 수단이 불편해 서울 도심 진출입을 꺼리고 있던 주민들의 추가 유입 가능성은 커진다.
GTX 건설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서울 도심 진출입 인구 유입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SOC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언젠가 지하철을 이용해 강남에서 경기도 구리시에 간 적이 있다. 수인분당선으로 왕십리역으로 이동했다. 왕십리역 환승 플랫폼 계단은 인파로 무척 북적였다. 떠밀려 내려가야만 했다. 이태원 참사가 문득 생각날 정도였다. 구리행 경의중앙선 열차는 꽤 오래 기다려야만 했다. 그사이 승객들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차례차례 나란히 줄지어 대기하고 있을 수 없었다. 줄은 자연스럽게 옆으로 휘었다. 가까스로 올라탄 열차 안은 낮 시간인데도 승객들로 꽉 찼다. 그러는 사이 GTX-A 수서~동탄 구간 개통 소식을 스치듯 접했다. 'GTX가 개통되기 시작했구나.' 반가움이 앞섰다. 동시에 불편한 마음도 감추기 힘들었다.

수인분당선과 2호선 환승역인 선릉역과 9호선 환승역인 선정릉역을 비롯해 나머지 환승역들도 왕십리역처럼 혼잡도가 극에 달한 상태일 것이다. 선릉역은 플랫폼이 매우 비좁아 왕십리역처럼 차례를 기다리는 긴 줄을 만들 수 없다. 두세 사람이 서 있기에는 플랫폼이 지나치게 협소하다. 사고라도 나면 대피할 공간이 없다. 기존 지하철·전철 역사는 이미 포화 상태다. 지하철·전철로 출퇴근을 하는 주민들은 늘 안전사고를 걱정한다.

도심 진출입 인구를 넉넉히 수용할 도심 SOC 투자에 소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역 안팎 시설은 물론이고 횡단보도, 통행로 등도 잘 정비해야 한다. GTX가 몰고 올 서울 도심 집중 압박 증가를 잘 감당할 수 있는 대책을 함께 마련하지 않으면 GTX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도심 진출입 인구의 체류 여건을 쾌적하게 만드는 일은 GTX 건설 속도감만큼 중요하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