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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율 칼럼] 윤석열 정부를 심판한 4·10 총선을 심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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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4. 1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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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율 전 국세청장

아테네에 길을 묻다

4·10 총선 결과를 놓고 말들이 많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총선 결과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을 얼마나 납득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선 그들에게 고대 아테네의 역사에 빗대어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

고대의 아테네 사람들은 지도자를 동등한 시민들의 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도자에게 아무런 특권도 인정하지 않았고, 그 연장선에서 군림하는 지도자를 극도로 경계했다. 그래서 그들은 군림하는 지도자뿐만 아니라 군림할 염려가 있는 지도자를 몰아내기 위한 제도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도편추방(陶片追放, Ostracism)이다. 도기 조각에 시민들이 지도자의 이름을 새겨 항아리에 집어넣은 다음 그 수를 헤아려 6000표가 넘으면 그 지도자는 불문곡직하고 추방되었다.

그 심리적 시원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준 사람은 하버드대학의 크리스토퍼 뵘(Christor Boehm) 교수다. 그는 그의 명저 《밀림 속의 위계(Hierarchy in the Forest)》에서 역지배(逆支配, Reverse Dominance) 심리를 설파했다. 침팬지 사회에서 무리를 지배하려 드는 우두머리를 집단적으로 제압하려는 심리를 말한다. 우리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농업사회, 산업사회의 위계적 문화(位階的 文化, Hierarchical Culture)와 그 질서 속에서 상당부분 둔화되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어 이러한 현상이 전 세계 도처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은 항상 이에 유의하여야 한다. 대통령실은 아마 김건희 여사 문제, 채상병 사건, 의과대학 증원 논란 등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 것 같지 않다. 개별 사건으로 떼어놓고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상당부분 공감이 간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었다.

국민들 입장에서 대통령이 막무가내 자기 고집만 부린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최근 우리 사회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역지배 심리에 비추어 심각한 문제임이 틀림없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만 이것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선거 결과로 고스란히 나타났을 뿐이다. 그러니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고, 대통령실과 윤 대통령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선거가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선거의 결과에 승복하는 것과 유권자의 판단이 옳았는지 여부를 따져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에 대하여 혹자는 '군중들의 지혜(Wisdom of the Crowds)'를 들먹일지 모른다. 800명의 군중들에게 소 한 마리의 무게를 추정하게 한 다음 평균값을 내 보았더니 실제 무게와 1파운드(425g)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군중은 지혜롭다'는 이 주장은 군중들이 이성적일 때에만 타당하다. 누군가의 의도에 오염되거나 편견에 빠진 군중은 결코 현명할 수 없다. 오히려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 선거도 그렇다. 이성이 마비된 시민들이 잘못된 판단으로 선동가를 지도자로 뽑는 바람에 아테네를 패망의 길로 이끌었던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그 분명한 증거이다.
  

시민들을 개처럼 끌고 다니는 선동가 클레온. 아리스토파네스의 연극 〈기사들〉(Knights)에 실려 있는 삽화.

그 시작은 무두공 출신의 클레온이라는 선동가였다. 아테네 최고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그를 "아테네 시민들을 개처럼 끌고 다닌 악당"으로 묘사했고, 위대한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그의 선동에 "아테네 시민들은 들판의 풀잎처럼 흔들렸다"고 기록했다. 클레온은 공정을 자랑하던 아테네의 재판을 망가뜨린 장본인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4·10 총선이 SNS공간에 떠도는 가짜 뉴스의 선동에 휘둘리고, 소위 '대파 선동'에 흔들린 나머지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감성적 판단에 흐른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보아야 한다.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가 아직도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30%에 이른다는 말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민주당과 이재명, 조국대표는 승리를 자축하기에 앞서 이 점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정치란 이성과 감성의 영역이 공존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감성적 판단에 선거결과가 좌지우지된다면 그것은 망국에 이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아테네처럼 말이다.

아울러 아테네 시민들은 '재판은 공정할 뿐만이 아니라 공정한 것으로 보여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선동가 클레온이 이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는 법정을 드나들며, 그리고 재판 결과에 대한 자신들의 언행이 행여 대한민국의 사법질서가 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지지는 않을지 신중하게 처신하여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이 자신들이 지은 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아테네의 선동가 클레온에게 씌워졌던 '아테네 사법제도를 무너뜨렸고, 아테네 시민들을 개처럼 끌고 다닌 망국의 주범'이라는 역사의 오명을 비켜가는 것은 오롯이 그들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우리 깨어있는 시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한상율 전 국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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