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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정의 컬처 &] ‘나만의 능력’ 뽐낼 평생직업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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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4. 14. 18:00

필자는 10년간 세탁물을 줄곧 한 곳에 맡겨왔다. 사장님은 늘 전화 한 통이면 집까지 세탁물을 수거하러 와서 깨끗하게 세탁된 옷들을 가져다주셨다. 30여 벌의 옷과 함께 갑자기 세탁소가 사라져 버리기 전까진 말이다. 지난달 마지막 통화에서 사장님은 바쁘다며 급히 전화를 끊어버렸고 그 후 세탁소의 전화는 '없는 번호'가 됐다. 아끼는 옷들만 모아 몇 달에 한 번 세탁물을 맡기는 필자에겐 경제적, 시간적으로 너무 큰 사고였다. 하지만 무책임하게 사라져 버린 사장님이 원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짠한 생각이 들었다. 지난 10년간 한결같이 세탁과 배달을 해주시던 사장님은 어느덧 70 노인이 되었고, 본인도 어쩌지 못할 어려움에 닥쳤으리란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주민등록 인구 중 60세 이상은 1315만명으로 60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5%를 넘었고 60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과 창업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36.4%로 임금근로자 비중인 17%보다 2배 이상 많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비중은 41.2%로 생계형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자영업을 시작했다가 적자를 보면서도 일을 놓지 못하거나 '폐업 비용'이 없어 문도 닫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최근 주변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일을 해온 사람들이 폐업하거나 파산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잇따른 금리 상승으로 높아진 대출이자와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버티다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의 수는 568만명으로 전체 산업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위로 미국의 4배, 일본의 2배가 넘는 숫자다. 반면 자영업자의 소득은 2017년 평균 2170만원에서 2021년 1952만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과 최저시급을 고려하면, 자영업자의 소득은 생계를 이어가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사람들은 성실한 직원 대신 자영업을 선택했지만, 지속적인 경제 성장 둔화와 자영업의 증가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식당, 세탁, 숙박 등 자영업자들이 주를 이루던 산업이 점차 대형화되며 중소 규모의 점포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식품, 유통 등의 대형 플랫폼의 등장으로 자영업자들이 설 곳이 사라져간다. 2021년 기업생명행정 통계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업의 5년 생존율은 22.8%로 창업한 가게 10곳 중 8곳이 5년 안에 폐업한다. 누군가는 거대기업과 플랫폼이 자영업자들을 더욱 어렵게 한다며 비난하지만, 이러한 문화 또한 현대인들이 선택한 편리한 서비스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은 자명하다.
집 앞 가까운 곳에서 김밥을 사던 사람들은, 조금 멀더라도 배달비 몇 천원만 지불하면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김밥을 집 앞까지 배달받을 수 있게 되었고, '배달원'을 통해 세탁물을 확인하던 사람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체계적으로 세탁물이 관리되는 시스템을 선택하게 됐다. 기존 산업 구조에서는 작은 동네가 나의 경쟁 상대였다면, 이제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 훨씬 많은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크게 늘어 2022년 말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금은 사상 최초로 1000조원을 돌파했으며, 전체 자영업 대출 가운데 56.4%를 차지하는 다중채무자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고령 인구가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무인 키오스크와 자동화 시스템, 대형화되어 가는 온라인 플랫폼과 유통 구조 속에서 경쟁에서 살아남기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이러한 변화는 이제 자영업을 넘어 직장인에게도 다가올 것이다. 그저 할 일을 하는 직장인은 AI와 시스템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회사든 '나만의 특별한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대한민국이 지금껏 누리지 못했던 경제적 풍요와 편리함을 누리는 대신, 더 가속화된 경쟁 속에서 치열하게 나만의 것을 찾아야만 하는 숙명 아래 있다.

윤현정 시인·아이랩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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