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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軍의 ‘에너지 자립’과 “Fight To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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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3. 1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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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특임교수
최근에 벌어진 두 전쟁, 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우리로 하여금 한반도 안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동안 우리를 불안하게 했던 미중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전쟁위험에 더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적 밀착과 김정은 정권의 도발적 언행이 이어지는 만큼 군(軍)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유사시 "Fight Tonight"할 능력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다행히 수십 년 노력의 결과, 한·미 연합전력을 근간으로 하는 즉각 싸울 태세는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장기전에 대비한 작전지속 지원 능력은 장비, 물자, 탄약 등의 하드웨어에 집중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쟁을 장기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 측면에서 보면 우리 군의 준비상태는 많이 부족하다.

모든 시설, 장비를 운용하는데 필수적인 것이 에너지인데, 군은 전·평시를 막론하고 한국전력의 역할과 재래식 디젤발전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군 에너지 시스템은 평시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전시에 국가 전력망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장기작전 수행을 위한 에너지 지원에 많은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군 비상 전력공급체계가 필수 장비 및 시설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전쟁양상을 보면 개전 초기에 적의 전력 및 C4I 시설에 미사일 및 드론 등 장거리 화력이 집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전력망이 붕괴되고 지휘통신이 되지 않으면 전쟁을 지속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하게 되면 고도로 밀집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전력망 시스템은 적의 집중된 공격으로 인해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즉 우리 군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전력(電力)의 공급 없이 장기간의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근본적인 작전지속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는 과연 "Fight Tonight"을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을까?
정전(停電)은 단순히 전기만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터넷, 통신, 상하수도, 주유소 등의 국가기간망이 붕괴되는 것을 뜻한다. 러시아의 경우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5000발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발전소와 변전소, 연료저장소 등 에너지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의 절반 이상이 파괴됨으로써 전기는 물론 난방 및 물 급수가 제한되고 GDP가 38%나 추락하는 등 경제적 피해를 넘어 주민들의 기본적인 삶조차 무너지게 되었다.

다행히 우크라이나는 전쟁 직전에 러시아와 이어진 전력망을 미리 차단하고 유럽 국가들과 연결함으로써 필수적인 전력 수요는 감당할 수 있었고, 미국으로부터 이동형 대용량 전력생산 장비 12세트를 지원받아 분산전력으로 운용하여 전쟁을 지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르다. 에너지 시스템이 중앙집권적으로 복잡하게 구축되어 있어 피해발생 시 회복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전력(電力)을 직접 지원해 줄 주변국이 없기 때문에 군에 대한 지속적인 전력공급이 쉽지 않다.

이의 해결을 위해 군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시스템을 조속히 갖춰야 한다. 우리 군의 장비 및 시설이 점점 지능화, 복잡화, 첨단화되면서 에너지 소요가 급증하고 있어 평시에는 에너지 효율화 문제를, 전시에는 국가전력망이 제한되더라도 군 자체의 전력시설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군이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같이 하는 프로슈머로 탈바꿈해야 한다.

군 에너지 안보와 자립을 위한 실천 방안으로 군에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MG)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이것은 기존 전력망에 IT 기술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소규모 지능형 전력망을 뜻한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신재생 에너지원 활용과 AI 기반의 에너지 효율화, 자체 전력공급망을 통해 통합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하는 차세대 전력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발생량을 감소시킴은 물론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통해 사용량을 줄여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기여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자체 소규모 발전시설 구축을 통해 정전이 발생해도 지속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해 군의 에너지 안보와 자립을 위한 필수 시스템으로 판단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육지에서 떨어져 자급자족이 필요한 섬 지역과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산업단지 및 대학교를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고, 해외에서도 다수의 국가가 분산에너지원의 활성화를 통한 에너지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적극 적용하고 있다. 특히 미군의 경우에는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절감을 위해 2015년부터 130여 개의 미국 본토 및 해외 주둔 기지에 마이크로그리드 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다.

군의 마이크로그리드는 임무수행의 특성을 고려하여 고정형과 이동형으로 이원화해서 도입해야 한다. 먼저, 고정형은 전·평시 동일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를 대상으로 구축해 외부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작전 수행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하고, 운용되는 발전설비는 군의 특성을 고려하여 기존의 디젤발전기와 탄소중립에 적합한 친환경 소형원자로(SMR) 또는 수소연료전지 설비를 같이 운용할 수 있도록 구축해야 한다. 이동형은 전·평시 다양한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를 대상으로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및 전기차 같은 전원공급 장치로 소음 없이 전투원 가까이에서 전력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지금과 같이 외부에 전력을 의존하는 군이 에너지 조달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에너지 자립을 달성함으로써 전·평시 원활한 전투력 발휘가 가능해질 것이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Fight Tonight"을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군은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 적용을 위한 선행연구를 실시하여 필요성을 인지하였고,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업하여 군의 마이크로그리드 표준화를 위한 실증사업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효과를 확인하고 정책화하여 전 군으로 확대하더라도 최소한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국방혁신 4.0의 주요 어젠다에도 포함하여 지속성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동석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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