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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정의 컬처 &] 명품은 사치인가, 가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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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3. 10. 18:20

명품 에르메스
명품 1
SNS에는 온갖 명품으로 치장한 사진들이 넘쳐난다. 한때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명품은 이제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4기 운영이 본격화되면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브랜드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백화점들은 패션과 화장품에 이어 예술, 디저트까지 명품으로 새 단장을 하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 1인당 명품 소비액은 약 325달러, 이는 미국 280달러, 중국 55달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로 지난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명품을 구매하는 국가로 등극했다 (출처: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실제로 샤넬과 루이비통은 국내에서 연 1조원 이상의 엄청난 매출을 올렸고, 디올도 9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이탈리아 경제전문 일간지 일솔레24오레는 '명품시장이 코리아로 향한다'며 한국의 명품 사랑이 '별처럼 빛난다'고 소개했다.

명품시계
명품 2
가방 하나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몇몇 인기 품목은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시간이 흘러 중고로 되파는 금액이 새 상품보다 비싸 이른바 '명품 재테크'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대학생들이 명품을 사는 것은 너무 사치다'라는 지적에 그들은 '명품을 충분히 사용하고 중고로 되파는 것은 매우 경제적인 소비'라고 답한다.

그러면 왜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명품은 그들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고유한 브랜드의 로고로 부각시키고, 대부분 어떤 브랜드인지 쉽게 알 수 있는 로고나 패턴이 부각된 형태로 디자인된다. 똑같은 제품이라도 이런 상징이 보이지 않으면 잘 팔리지 않는다. 고급스럽고 점잖은 올드 머니 룩의 에르메스,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샤넬, 젊고 여성스러운 디올, 힙하고 개성 있는 구찌 등 브랜드 이미지를 투영시켜 명품의 가치가 본인의 품격을 끌어올린다고 여기는 것이다.
사실, 누구나 알아보는 글로벌 브랜드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강렬한 수단이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는 아주 짧은 시간에 본인을 표현하는 비주얼 언어로 매스컴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SNS를 통해 자아를 브랜딩하고 홍보하는 시대! 이미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SNS로 많은 수익을 내고 있으며, 능력 있고 멋진 이들을 '워너비'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명품의 이미지는 나를 표현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하지만 종종 1000만원을 호가하는 핸드백을 몇 개씩 보유한 젊은 층이나 SNS에 비춰진 그들의 일상이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명품 포장
명품 3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이는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왜 우리는 '나'로서 행복하지 못한 걸까? 다른 사람보다 앞에 있어야, 많이 가져야 좋은 것일까? 2021년 미국 퓨 리서치 센터가 선진국들을 대상으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입니까?'라는 설문조사에서 15개 나라가 1순위로 '가족'을 꼽았다. 대만은 '사회', 한국은 유일하게 '경제력'을 들었다. '친구'나 '인간관계'로 답변한 비율은 최하위, 발등의 불인 출산율도 우선순위에서 한참이나 멀었다. 어찌 보면 가족이나 사회보다 '자신'이 앞이고, 건강이나 친구보다 '돈'이 강조되는 시대에 출산이나 육아를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진정한 행복이나 삶의 가치, 철학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지 못한 것 같다.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에 보다 성숙한 국가를 가꾸려면 가치와 품격을 존중하고 교육하며 향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만약 값비싼 뭔가를 구매할 계획이 있다면 그 돈으로 더 큰 행복이 가능한 게 있는지 곱씹어 봤으면 한다. 그 돈으로 누릴 어떤 가치보다 명품을 사는 게 더 행복한지, 아닌지를.

윤현정 시인·아이랩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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