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금겹살’ 딱지에 시름시름 앓는 한돈농가, 소비 촉진이 중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305010001415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3. 06. 06:00

위원장님 사진2_반명함
손세희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
삼겹살은 돼지고기 부위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인과 살을 부대끼며 동고동락한 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의 기쁜 일을 축하하는 자리에도, 삶의 애환을 나누는 자리에도 삼겹살은 항상 있었다. 때문에 삼겹살은 한국인들의 소울푸드이자 '서민 음식'이라 불리며 정겨운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인지 장바구니 물가 상승이 화두에 오를 때마다 삼겹살이 대표적으로 질타를 받은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식당에서 만나는 높은 삼겹살 물가와 달리, 달리 돈가는 바닥을 치고 있다. 한돈 농가에선 곡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돼지고기 수요가 급감했다. 연말연시, 연휴처럼 일시적으로 소비가 늘어날 만한 시기에도 저조하다. 음식점은 물론 정육점, 대량 소비처인 급식소를 포함한 모든 유통경로에서 판매 부진이 심각하다. 그런데 정부는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작년에 수입 돼지고기에 할당관세를 적용했다. 날이 갈수록 한돈 전 부위의 재고는 쌓여만 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생산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전기료, 사료비도 많이 상승했다. 또 각종 정부 지원책에 대한 자금 상환, 금리 상승 등이 더해져 농가의 어깨는 무거워져만 간다. 기본적인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는데도 정부 지원책은 이에 맞춰 따라가 주지 않으니, 늘어난 부담들을 고스란히 농가가 떠안고 있는 셈이다. 축산업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돼지고기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려운 경제 속에서 소비자들에겐 저렴한 수입 냉동 고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려면 더 멀리 봐야 한다. 현대 사회에는 급격한 기후변화, 국제 정세 변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등 즉각적 대응이 불가능한 외부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식량 또한 이에 따라 위협을 받는다. 대량 생산기술, 교통 등이 발달하면서 식량이 부족한 시대는 지나간 줄 알았건만,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세상이 다시 도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전 세계는 해외 식량 공급망 확대보다 식량자급률 향상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점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지금의 한돈산업 위기가 단순히 농가만 어려운 데서 그치지 않는 건 바로 여기에 있다. 한돈산업이 무너지면 우리나라에도 식량안보의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때문에 지금의 한돈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의 더 체계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사회에 따라 정책도 더 발 빠르게 따라가야 하고, 농가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한돈 농가가 원하는 건 수급 안정이다. 생산비 자체에 대한 지원은 물론 금리 및 상환에 좀 더 유한 정책, 나아가 돼지열병 백신 지원 확대 등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물론 한돈 산업 관계자들의 노력도 따라와야 한다. 생산자로서 소비자인 국민의 취향이 무엇인지, 시장 요구사항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수용하는 자세가 갖춰져야 한다. 더불어 세계무역 시대에서 한돈이 살아남으려면 소비자가 신뢰하고 먹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힘써야 한다.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시선도 중요하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한돈을 많이 즐기고, 많이 소비해준다면 더욱 빠르게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한돈산업에서 한돈인, 정부, 소비자는 각각 다른 이해관계에 있는 것 같지만, 결국 모두 같은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국민이다. 식량안보 위기가 세상을 덮쳐오는 지금, 우리 먹거리를 소비하는 것이 곧 우리 모두를 위한 길임을 공감하고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