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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MICE 산업의 선도도시,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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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2. 23. 06:00

박영효 주바르셀로나총영사 (1)
박영효 주바르셀로나 총영사
해마다 2월말이면 바르셀로나 시내 호텔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다. 세계 최대 모바일산업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때문이다. MWC는 인공지능, 5G 등도 망라해 첨단 IT 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회고, 일반 참관객보다 기업 참관객이 많아 비즈니스 성과를 내기에도 좋다. 오는 2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이번 MWC에는 150여개 우리 기업을 포함해 약 2,400개사가 참여하며 9만5천여명이 참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7회를 맞는 MWC가 처음부터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었던 것은 아니다. 로마를 시작으로 칸, 니스, 베를린, 리스본 등지에서 열렸으나 대중의 관심이 높지 않던 중, 바르셀로나 민·관 합동 재단이 나서 2006년 MWC를 유치했다. 이후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열린 바르셀로나 MWC는 58억 유로의 수입과 14만 개의 일자리 등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했다. 오늘날 바르셀로나의 2천여개 첨단기술 스타트업도 MWC가 가져온 부수 효과다. MWC의 성공은 경쟁 도시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주관기관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바르셀로나와 계속 손잡게 했다. 2022년 바르셀로나 시청, 카탈루냐주 정부, 그리고 스페인 중앙정부는 5백만 유로씩 부담하던 비용을 8백만 유로로 올리면서 MWC를 2030년까지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하기로 GSMA와 합의했는데, 이후에도 관계당사자의 반대가 없으면 자동 갱신되므로 사실상 영구계약인 셈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MWC 외에도 연 250여 건의 산업전시회가 개최된다. 지난달 전세계 1,400여 개 기업이 참가하고 7만명이 참관한 시청각산업 전시회 'ISE'는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다가 규모가 커지면서 3년 전 바르셀로나로 옮긴 경우다. 도시들간에 미래도시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장으로 2011년 창설한 스마트시티 엑스포도 10년 넘게 계속되며 대표 전시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대규모 전시 수요가 많다 보니 최대 전시장 '피라그란비아'는 기존 24만㎡를 30만㎡로 확장하는 공사에 들어갔다.

전시회만이 아니다. 오는 4월에는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사 맥도날드가 2년마다 임직원, 가맹점주, 납품업자 만4천명을 모아 개최하는 글로벌 컨벤션을 80년 만에 최초로 미국을 벗어나 바르셀로나에서 개최한다. 가우디의 도시답게 1996년에 이어 2026년 세계건축대회(3년마다 개최)를 유치하면서 이 대회를 두 번 개최하는 최초의 도시가 되기도 했다. 국제컨벤션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바르셀로나는 행사 수 세계 4위, 참석자 수 세계 1위로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의 강자임을 입증했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세계적인 관광대국 스페인, 그중에서도 제1의 관광도시인 바르셀로나는 사실 일반 관광객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관광 수입은 보장된다. 그러나 MICE 참가자들의 체류 기간은 일반 관광객의 1.5배, 지출액은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르셀로나가 일찌감치 MICE 산업에 주목한 이유이다. 바르셀로나는 1992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통해 부흥한 관광업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바로 이듬해 민·관 합동 컨소시엄을 설립했다. 이 컨소시엄의 지속적인 유치 노력으로 전시회, 국제회의 및 학회는 1993년 710개에서 2019년 1,733개로 늘었고, 행사 참가자도 17만5천명에서 66만5천명으로 증가했다. MICE 산업과 관광 인프라가 상호 추동하며 발전해 온 선순환 구조의 모범사례다.

우리도 장기적 비전을 갖고 민·관, 정부·지자체가 협력해 우리만의 강점을 잘 살린, 10년, 20년 지속해서 개최할 수 있는 전문전시회를 발굴하고 유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처럼 컨텐츠와 인프라, 양쪽에서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나라도 많지 않다. 게다가 지금은 지구촌 전역에 뜨거운 한류 열풍도 불고 있다. 머리를 맞대어 전략을 수립하고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세계인들이 우리나라를 계속해서 찾도록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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