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잠수정 탐사, 죽을 수 있다고 알고 있었다” 前 탑승객들 충격 증언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files.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622001129594

글자크기

닫기

한제윤 기자

승인 : 2023. 06. 22. 11:33

타이탄 잠수정 내부 모습. /오션게이트 홈페이지

타이태닉호 탐사 잠수정이 대서양 깊은 심해에서 실종된 지 나흘 째다. 앞서 해당 운영 업체에서 진행하는 관광 상품을 경험했던 탑승객의 증언이 충격을 안겼다.

2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잠수정 타이탄 탑승객들이 죽을 수도 있다고 알고 있었다"라며 지난해 7월 잠수정 '타이탄'을 타고 타이태닉호를 관광한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의 작가 겸 제작자인 마이크 리스(63)의 증언을 보도했다. 증언에 따르면 탑승객이 서명하는 해당 업체 면책 서류에는 첫 장에만 '사망'이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직접 확인한 면책서류에는 '잠수정 탑승 시 신체적 부상이나 장애, 정신적 트라우마, 사망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다. 특히 '이 잠수정은 시제품으로서 어떠한 공인기관으로부터 승인받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안겼다.

이런 극단적인 내용이 면책 서류에 포함됐지만, 마이크 리스가 서명할 수 있던 건 운영 업체 오션게이트의 안전성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리스는 "지난해 탑승 시점까지 오션게이트 잠수정 탑승객 중 사망은 물론,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타이탄 잠수정 내부는 의자가 없는 미니밴 크기였고, 폐쇄된 느낌은 들지 않았다. 편안하고, 소박한 느낌이라고 했다.

다만 잠수정이 타이태닉 잔해로 향할 때 해류로 인해 경로를 이탈하기도 하고, 나침반이 이상하게 작동해 원래 있어야 할 위치에서 460m 가량 떨어진 곳에 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2021년 타이탄에 탑승했던 독일인 탐험가 아르투어 로이블(60)이 독일 빌트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로이블은 "당시 탐험에서 돌아온 것은 매우 운이 좋았던 것"이라며 "잠수정에 처음 탔을 때 전기 문제로 선체 고장이 나 잠수가 취소됐다. 잠수에 성공했을 때도 전기 장치 고장으로 예정 시간 보다 다섯 시간이나 늦게 잠수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그건 자살 미션과 같은 것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잠수정이 하강할 때 균형을 잡는 데 쓰이는 안정화 튜브의 브래킷이 선박에서 떨어져, 이를 케이블 타이로 묶는 일이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탑승객들의 증언으로 앞서 잠수정 선체의 여러 안전 문제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있었지만, 업체에서 이를 무시했다고 전했던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힘이 실리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미국 해안경비대가 이틀 연속 30분 간격 '쿵쿵' 내는 연속 소음을 탐지해, 주변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다만 수중 소음이 잠수정에서 발생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수색팀은 녹음된 수중 소음을 전문가에게 전달해 실종된 잠수정에서 발생한 소음이 맞는지 조사 중이다.

오션게이트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사진에 따르면 타이탄 잠수정은 외부에서 볼트로 잠그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력으로 탈출이 불가능하다. 내부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어야 하는 정도의 크기이며, 구명조끼나 보트, 비상식량 등이 들어가 있는 구조로 설계되지 않았다.

앞으로 해당 잠수정에 남은 산소는 현지시각 21일 오전 기준 20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잠수정 타이탄 / 사진=오션게이트 홈페이지

한편,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수십 년 사이에 전 세계 '슈퍼리치(초부유층)'를 겨냥한 신흥 관광 산업이 급격하게 몸집을 키웠다고 조명했다. 누구나 돈만 있으면 심해나 우주, 극지 등을 탐사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미국의 억만장자 기업가 데니스 티토가 2001년 2억 달러(한화 약 2천600억원)를 내고 우주관광을 했던 것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우주기업 미르코프는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우주여행 관광 상품을 판매했다. 2007년부터는 1억 달러를 내면 달 표면에서 수백km 떨어진 곳까지 갈 수 있는 달 여행 상품도 내놨다.

세계적인 억만장자들은 우주여행만큼이나 아무도 도달한 적 없는 심해 여행에 관심을 보인다. 타이태닉호 선체 잔해를 탐사하기 위해 떠났다가 실종된 잠수정에도 영국의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이 타고 있다. 그는 2021년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를 탐사하기도 했다. 이런 심해 여행 비용에는 통상적으로 25만 달러(약 3억 2천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렇게 수많은 초부유층이 아무나 겪어보지 못하는 탐험에 초점을 맞춰 돈을 지불하는 형태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장남인 윌리엄 왕자는 지난 2021년 BBC와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지성을 지닌 사람들은 다음에 가서 살 곳을 찾는 노력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에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제윤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